성경 문제
1885년 4월 5일 동방의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 미국 선교사들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들어 왔다. 한국의 초기 그리스도인들도 역사상 다른 나라들에서 일어난 것과 마찬가지로 참되신 한 하나님을 믿는다는 이유로 큰 고난과 핍박을 받았지만 조선 왕조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목숨을 내걸고 복음을 선포하며 선한 싸움을 싸웠다.
복음을 선포하기 위해서는 성경이 필요하므로 1877년부터 로스 등을 필두로 하여 여러 외국인 선교사들에 의해 성경 번역 작업이 시작되었다. 그 결과 1911년에는 신구약성경인 성경전서가 출간되었고 그 뒤 1938년에 성경전서의 개정판인 성경개역이 출간되었으며 1961년도에는 성경개역의 개정판인 성경전서 개역한글판(이하 개역성경)이 출간되었다.
한국에서는 초기 장로교 선교사들의 집중적인 노력으로 장로교회가 가장 큰 그룹을 형성하였는데 장로교인들은 전통적으로 주일을 안식일로 여기면서 주일 성수나 금연/금주 같은 규칙을 강하게 주장해 왔고 특히 성경에 관한 한 아주 보수적인 믿음을 고수해 왔다. 그 결과 그들은 개역성경에 단 한 점의 실수도 없음을 성도들에게 주지시켜 왔고 따라서 어떤 이가 행8:37 같이 전체 구절이 삭제된 사례를 들며 그 이유를 묻거나 혹은 너무나 명백하게 번역이 잘못된 부분(1)을 지적하면 그 일을 형제들 사이에 분열을 조장하는 것으로 여겨 왔다. 한 마디로 지난 수십 년 동안 개역성경에 대해서는 누구하나 제대로 입을 열어 그 문제점을 지적하려 하지 않았는데 이것은 성도들의 믿음이 좋아서라기보다는 성경의 보존과 번역에 대한 성도들의 이해가 부족하고 대부분의 성도들이 교회나 교단에게 맹목적으로 순종했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이다.
다른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그나마 개역성경이 복음의 빛을 비추어 주었으며 이것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구원받고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영광을 누렸다는 것은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동시에 성경을 믿음과 실행의 최종 권위로 믿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로마 카톨릭 교회의 사본에서 나와 프로테스탄트들의 교리와 실행에 문제를 안겨 준 성경, 많은 삭제 구절을 포함하고 있는 훼손된 성경, 문법 등과 같은 기본적인 것들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부실한 성경을 최종 권위라고 주장하며 100여 년을 버텨 왔으므로 이것으로 인해 신학, 교리, 실행 등의 문제가 매우 컸음도 부인할 수 없다.
킹제임스 성경 이슈
국내에서는 1611년에 영국에서 출간되어 영어의 발흥과 함께 전 세계적인 성경이 되고 모든 기독교 교리를 확립하며 수많은 신학 교재 및 일반 크리스천 교양서적의 근간이 되고 300여 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이 되어 권위를 자랑하는 킹제임스 성경(King James Bible, KJB)이 단지 문헌을 통해 ‘제임스 왕이 제정한 성경’ 즉 ‘흠정역 성경’으로 알려져 왔다. 그것은 영미 문학에 가장 큰 공헌을 끼치고(2) 문장이 수려하며 보수적인 성경 정도로만 인식되었고 그것을 소장하여 공부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래서 1980년대 후반까지는 개역성경과 킹제임스 성경 사이에 큰 차이점이 많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바로 그때에 성경대로 믿기를 원하는 성도들 가운데 몇 사람들이 주로 미국에서 출간된 문헌들을 통해서 킹제임스 성경과 신국제역(New International Version, NIV), 신미국표준역(New American Standard Bible, NASB) 같은 현대 역본들 사이에 엄청난 교리적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되었고 개역성경이나 공동번역 그리고 표준새번역 등의 한글 성경들을 비교한 결과 대부분의 한글 성경들도 다른 현대 영어 역본들과 내용 면에서 거의 동일함을 알게 되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실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을 학계나 관련 출판계에서는 이에 대한 설명이 하나도 없었다.
실제로 미국 등의 영어권 국가에서 성경 논쟁이 일어난 것도 그리 오래 된 일이 아니다. 1969-78년에 NIV가 출간되기 전까지 전 세계 영어성경은 킹제임스 성경 하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1611년 이후로 약 400년 동안 킹제임스 성경은 전 세계의 유일무이한 ‘거룩한 성경’(Holy Bible)으로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1960-70년대 이후에 NIV, NASB, NKJV, Living Bible 등의 현대 역본들이 광고의 홍수 속에 우후죽순 쏟아져 나오면서 한결같이 킹제임스 성경을 공격하였고 이것들의 맹공에 맞서기 위해 급기야 성경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NIV 등의 현대 역본들의 오류를 지적하고 반격에 나서기 시작했다.
1881년 영국에서 웨스트코트(B. F. Westcott)와 호르트(F. J. A. Hort)(3)가 전통적인 프로테스탄트 공인본문(Textus Receptus, TR)을 대적하며 로마 카톨릭 천주교 사본에 근거한 영국개역성경(English Revised Version, ERV)을 들고 나온 이래로 성경학자들 사이에서는 성경 본문 논쟁이 늘 있어 왔다. 그러나 미국에서 일반 성도들에게까지 성경 본문 논쟁이 확산된 것은 1980년대 중반 이후의 일이다. 한 마디로 미국의 성경 논쟁은 킹제임스 성경에 대한 공격과 변호라고 규정지을 수 있다.
킹제임스 성경 논쟁은 마치 진화론 논쟁과 비슷하다. 다윈의 진화론이 등장했을 때 보수주의 학자들이나 성도들은 이에 대해 거의 신경을 쓰지 않고 무방비 상태로 지냈다. 그러다가 인본주의자들에 의한 맹공으로 인해 성경의 토대인 하나님의 특별 창조가 거의 무너질 지경이 되어서야 비로소 성경 신자들이 창조과학회 등의 사역을 통해 진실을 보여 주고 있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 진화론은 이미 온 세상에 마치 과학처럼 굳건하게 자리를 잡았다. 이와 마찬가지로 NIV 등의 현대 역본들이 나올 때에 미국에서 성경대로 믿는 성도들은 이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성경 문제로 인해 교회가 갈리고 교리의 문제가 발생하자 적극적으로 이에 대항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지금은 미국의 웬만한 크리스천 독자라면 성경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많은 유학생들이 미국에 가서 신학 공부를 했지만 이 같은 성경 본문 문제를 접할 기회는 거의 갖지 못하였다. 그들 역시 필자와 마찬가지로 여러 역본을 대하면서 본문은 같은데 단지 번역이 다를 뿐이라고 피상적으로 생각했음에 틀림이 없다. 한국 교회의 특성상 유학생이라면 앞으로의 사역을 위해 주로 장로교와 감리교 신학교를 택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주지하는 대로 미국에서는 장로교와 감리교가 가장 인본적이므로 이런 신학교에서는 이미 현대 역본만을 사용하거나 혹은 현대 역본의 기초가 된 웨스트코트와 호르트의 그리스어 본문을 귀중히 여기므로 이런 데서 공부하는 경우 성경 문제 자체를 살펴볼 기회를 갖기 어렵다. 여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미국에서는 침례교회가 다수를 이루고 있으며 이런 교회들에서는 어김없이 킹제임스 성경만을 사용해 왔다. 따라서 성경 본문 논쟁도 실제로 침례교회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침례교회의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의 장로교, 감리교 등은 성경 본문 문제 등에 대해 거의 관심이 없다. 따라서 대부분의 한국 유학생이 침례교 신학교에 대해 알지 못하고 그런 학교에 진학하지 않으므로 미국에서 유학을 하고 왔어도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잘 알 수 없다.
한국에서도 뜻있는 성도들이 개역성경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던 차에 미국의 자료를 통해 킹제임스 성경의 우수성을 알게 되었고 이 사실을 알리려 노력했다. 그러나 알게 모르게 마귀의 계략에 넘어간 극단주의자들이 등장하여 “개역성경은 사탄 성경이다.”, “개역성경으로는 구원받을 수 없다.”, “우리야말로 한국에서 처음으로 세워진 신약교회이다.” 등과 같은 비상식적이고도 비논리적인 발언을 하며 안하무인격의 행동을 함으로써 킹제임스 성경의 명성과 권위는 하루아침에 땅에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한편 이런 현실과 성경 문제의 핵심이 성경 본문에 있음을 인식한 성경 신자들이 1990년대 초반부터 킹제임스 성경을 번역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성경 말씀의 권위에 순종하면서 하나님께서 성경 말씀의 모든 단어를 보존해 주심을 확고히 믿는 가운데 킹제임스 성경을 우리말로 바르게 번역해야 한다는 책임 의식과 부담을 갖고 차근차근 일을 수행하여 2000년 8월에 ‘킹제임스 흠정역’이라는 우리말 성경을 펴냈다.
성경 문제의 핵심
어떤 제품을 만들 때 그것을 만드는 사람과 원료에 의해 최종 산물의 질이 결정된다는 것은 너무나도 자명하다. 이 같은 원리는 성경에도 그대로 적용되며 이 경우에는 번역의 대본으로 쓰인 신구약 본문과 성경 번역자들의 사상 및 문화적 배경이 최종 산물 즉 번역된 성경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금까지 한국에서는 개역성경과 공동번역 그리고 표준새번역 등 대한성서공회에서 출간한 성경들 밖에 없었으므로 과연 그런 역본들이 바른지 그른지 또 그르다면 어느 부분이 그른지 비교/검토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역본들과 뿌리가 다른 ‘킹제임스 흠정역 성경’(그리스도 예수안에, www.InChristJesus.net)이 출간되었으므로 문제가 되는 점들을 하나 하나 비교하고 그 결과와 원인을 검토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번역의 핵심 요소들이 한국의 독보적 성경으로 자리를 굳힌 개역성경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살펴보기 위해 킹제임스 성경과 개역성경을 비교/분석하려 한다. 이번의 분석을 통해서 한국의 성도들이 개역성경을 비롯한 기존의 한글 성경들과 킹제임스 흠정역 성경 간에 본문 및 교리적 차이가 심각함을 발견하고 과감하게 로마 카톨릭 교회의 바티칸 사본과 시내 사본에서 나온 성경들을 버리고 믿음의 선진들이 목숨을 걸고 보존해 준 성경, 로마 카톨릭 교회의 허구와 미신을 와해시킨 루터와 칼빈 같은 종교개혁자들의 성경으로 돌아가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끝으로 우리는 개역성경이 많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영혼의 안식과 위로를 주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본 사이트에서 개역성경을 분석하는 부분에서는 어쩔 수 없이 개역성경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고 바른 것을 제시해야 하므로 그것의 좋지 않은 면을 많이 부각시킨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부디 양식 있는 독자께서 이 점을 양해해 주길 바란다. 우리 주 예수님께서 진리를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 달고 선한 말씀들로 은혜 가운데 빛을 주실 줄 확신하다.
각주
(1) 이것에 대한 예로는 창1:2의 ‘하나님의 신’(the God of God)을 들 수 있으며 이것은 원래 ‘하나님의 영’(the Spirit of God)이 되어야 한다.
(2) 킹제임스 성경이 영어와 영미 문학에 미친 공헌은 말로 표한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 참고로 가장 최근에 나온 두 개의 문헌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 것은 Benson Bobrick의 ?Wide As the Waters : The Story of the English Bible and the Revolution It Inspired’?(Simon & Schuster, April 11, 2001)이다. 이 책은 위클리프로부터 시작되는 영어 성경의 역사를 잘 보여 주며 특히 킹제임스 성경의 영향에 대해 잘 설명한다. 두 번째 것은 Alister Mcgrath의 ?In the Beginning : The Story of the King James Bible and How It Changed a Nation, a Language, and a Culture?(Anchor, February 19, 2002)이다. 흥미 있는 것은 이 책의 저자가 NIV의 편집자 중 하나라는 점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킹제임스 성경이 미국과 미국말과 문화에 미친 영향을 보여 주고 있다. 이 두 책 모두 세속 출판사가 출간한 것이므로 읽을 때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만 킹제임스 성경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제공하므로 가치가 있다. 이 두 책은 모두 www.amazon.com에서 구할 수 있다.
(3) 영국 성공회 학자들인 웨스트코트와 호르트는 킹제임스 성경을 대적하는 영국개역성경을 처음으로 출간한 장본인들이다. 이들은 성경을 믿지 않는 불신자들이었으며 이들이 로마 카톨릭 소수 사본을 근거로 만든 ‘수정 그리스어 본문’(Revised Greek text) 혹은 ‘비평본문’(Critical text)은 1881년 이후로 출간된 대부분의 현대 역본들의 본문이 되고 있다.
출처 : Keepbib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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